김도사 이야기

보들레르의 독특한 적선

사주명장 김도사 2014. 7. 27. 16:09

 

시집 <악의 꽃>으로
유명한 C.P. 보들레르(1821~1867)는
프랑스의 대시인이자 비평가이다.

그는 과격한 낭만주의자로 현대성을 내건
도시 생활의 미학을 제창하는 등 시대를 너무 앞서 가다가
결국은 사람들의 몰이해에 의해 스스로를 괴로워하며
빈곤과 고독에 시달렸던 사람이다.

그의 시대를 앞선 과격한 행동 하나를 여기 소개한다.

어느 날 그가 길을 가다가
늘 한 자리에 앉아서 구걸하는 거지를 만났다.

그런데 그 날만은 보들레르가
거지에게 갑자기 달려들더니 졸지에 주먹을 날리는 것이었다.

뜻밖의 일격을 당한 거지는 맥없이 쓰러졌고
다시 일어난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보들레르에게 역시 일격을 가했다.

그리하여 대로변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치고 받으며 붙잡고 뒹구는 격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려 보았지만
두 사람이 워낙 거세게 싸우고 있어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한참을 싸운 뒤에야
두 사람 모두 기진맥진한 자세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지가
먼저 보들레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었다.

아무리 빌어먹으며 사는 별볼일 없는 거지라해도
적선은커녕 그렇게 이유도 없이 때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보들레르도 지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
시인이 욕을 한다 해서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은 없다.

그 역시 거지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같이 퍼부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로부터
이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는 거지나 노숙자와 같은 불행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들을 불쌍히 여겨 얼마의 동전을 던져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에 대한
단순한 동정 행위이거나 우월감의
표시이거나 그들로부터
받은 자기 만족의 보상 행위일 수도 있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행위도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행위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천재 시인은 거지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거지와 같은 대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욕까지 했던 것이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들의 잃어 버린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이들 자신이 처한 불행을
스스로 떨쳐 버리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동전 몇 개 던져 주는 보통의 적선 행위가 아닌,
보들레르처럼 함께 엉겨붙어 싸우고 뒹굴고 욕을 주고받는
특별한 적선 행위야말로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적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거지 자신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주는 것도 있다는(그들도 우리와 대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당당히 두 발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과격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보들레르가 노렸던 독특한 적선이었던 것이다.

때로는 자식교육과 우정과 사랑에 있어서
달콤한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비판과 조언이
상대의 마음을 더 좋은쪽으로 변화 시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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