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의 후회
북송 시대 정치가이고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대시인
소동파(1036~1101)가 젊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소동파가 역시 정치가이자 당송 팔대가인
형국공 왕안석(1021~1086)의 집에 인사차 찾아갔다.
마침 왕안석은 출타 중이었고
마루에 그가 쓴 듯한
미완성의 시 한 수가 보였다.
간밤에 서풍이 불더니 / 뒤뜰의 국화꽃이 떨어져 /
황금이 땅에 가득 쌓인 듯하다.” 소동파는 고개를 갸웃했다.
국화는 서릿발이 내려도 잎을 떨구는 법이 없는데
서풍이 불었다고 해서 어찌 황금이 땅에 쌓인 듯 꽃잎을
떨굴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소동파는 이것은 명백한 왕안석의
실수라고 생각하여 감히 시 아래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놓고 자리를 떴다.
가을꽃은 봄꽃과 다르거늘 / 시인께서는 다시 한 번 살피소서”
보통 시인 같았다면 자신의 시에 참견하는 일에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이 글을 확인한 왕안석은 오히려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며칠 후 황제에게
청하여 소동파를 호북성
검주로 발령 보냈다.
영문을 모른 소동파는 왕안석이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좌천시킨 것이라 생각하며 원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지에서
그가 친구와 술을 마시기 위해
국화가 가득한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탄식을 했다.
친구가 놀라 이유를 물으니 소동파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네.
여태까지 형국공이 나를 미워해서
이 곳에 좌천시킨 줄만 알았는데
이제서야 그 뜻을 알겠네.
과연 자신의 조그만 재주를 믿고
자만하는 사람은 나처럼 낭패를 보고야 만다는 것을.......”
그러면서 소동파는 손가락으로 정원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요 며칠 동안 불어닥친 거센 바람에
국화꽃잎이 모조리 떨어져 땅에는 마치 황금이 가득 쌓인 듯했다.
왕안석의 시와 똑같은 광경이 생겨났던 것이다.
왕안석은 젊은 소동파의 섣부른 식견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함으로써 고쳐 주려 하였던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이 때의 교훈을
소동파는 가슴 깊이 각인시켜 진정한 대가의 길로 들어섰다.
소동파가 누구인가.
천하의 대문장가로 알려진 천재가 아니던가.
그런 그도 자신의 지식이 최고인 줄만 알고
섣부른 충고를 했다가 이렇게 뒤늦게 깨우치고 있으니
평범한 우리로서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정말 알아 두어야 할 사실은
자신이 범한 실수를 뒤늦게라도 깨달았으면
즉시 반성하고 개선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면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고
그러다가 마침내 대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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