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사 이야기

난우(蘭友)

사주명장 김도사 2014. 7. 10. 20:04



난향(蘭香)

 

手栽蘭花兩三枝 日暖風微次第開
坐久不知香在室 推窓時有蝶飛來

수재난화량삼지 일난풍미차제개
좌구불지향재실 추창시유접비래


손수 가꾸었소
난촉 두세 대
따뜻한 바람결에
꽃이 피기에
방안에 있어봐도
향내 없더니
문 열자 나비들이
떼지어 오네.

손수 난(蘭)을 길렀습니다.
난을 길러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꽃망울을 달리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까다로운 난에 화촉이 삐죽이 솟더니
다행히도 몇 송이가 차례로 벙글며 터집니다.

고서(古書)가 있고 수석(壽石)이 한두 점
여기에 난(蘭)이 한두 분(盆) 곁들여져 있다면
선비가 기거하는 방으로는 금상첨화입니다.

비록 누실(陋室)이라도 친구와 차를 마시며
청담(淸談)을 나누거나 혼자 명상에 잠기며
손수 가꾼 난꽃을 감상하다니 더 없는 청복(淸福)인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난꽃을 감상하느라
난분(蘭盆) 곁에 앉아 있었지만
난의 향기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무심코 방문을 열자 벌과 나비들이 몰려옵니다.
물론 난향(蘭香) 때문이지요.
그래서 난향십리(蘭香十里)라고 했던가요.
방안에 있을 때는 몰랐으나 그 은은한 향기는
문틈으로 새어나가 멀리 있는 벌과 나비를 부른 것입니다.

이를 일러
격기품고(格氣品高)라 했고
일지여향(一支餘香)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어찌 난(蘭)만을 두고 이른 말이겠어요.
사람도 같겠지요. 친구라도 좋고 연인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처음 만났을 땐 아주 사람을 홀딱 반하게 합니다.
첫눈에 반하도록 온갖 작위적인 행동일 수도 있고
요란한 치장에 넋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어쩐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덤덤해지고 싫어집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길지를 못합니다.

반면에 당장 곁에 있을 때는 그리 좋은 줄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저 덤덤하게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잘 몰랐는데 어려울 때 극진히 아껴주는 사람
꼽씹을수록 입안에 향이 그윽하고 여운이 있는 것을 일러
난향기청(蘭香氣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면 심지(心地)가 고와야 합니다.
가을달 같은 품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향란유인조(香蘭幽人操)라고 했던가요?
난초의 향기를 은사(隱士)의 지조(志操)에 비했습니다.

난향과 같은 친구
난향과 같은 연인이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요란한 겉치레만 보고 사람을 사귀지 말고 보이지 않는
가려진 심향(心香)과 심덕(心德)을 찾아 사귀어 보셔요.

단풍진 가을의 들길을 걷다가
깊은 밤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사람,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얼굴 그런 사람이 돼 보고 싶지 않습니까 ?

유덕(有德)한 군자나 정숙한 여인네는
난향과 같이 비록 빈 골에 홀로 있어도
그 향기는 온 골짜기로 퍼지게 마련입니다.

현대를 일컬어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합니다.

아무 때고 난향과 같은 여인이나 친구를 불러내어 청담을 나누고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자 친구면 어떻고 남자 친구면 어떻겠어요.

스스럼없이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친구 말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잘 몰랐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좋아지는 친구
정이 더해 가는 연인 말입니다.

일러 난우(蘭友)라고

지금 당신의 곁에는 난우(蘭友)가 있는지요.
있다면 참으로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친구란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동해에서 흥덕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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