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귀환(歸還)
나목(裸木)의 안타까움에
가을은 계절의 끄트막을 부여잡고
이제사 나 돌아갈 육신(肉身)을 찾으니
그나마 찬바람 속으로
가을 끝 자락이 한줌 잡혀 있구려.
한 계절 깊어 가니
겨울 오면 또 봄 온다지만
人生(인생)이라 有根(유근)하여 사실은
천년 만년 살아 부대끼지 못하고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하였소
가을내내 푸르름에 지친 하늘과
눈시울 뜨거워지는 금호의 속절없는 목마름이
마른잎 서걱이며 귀환(歸還)을 서두를 때
나 흥덕 도사도 이제 그만 가려하오.
매일마다 오르는 초록봉 산허리에
여덟잎 방긋이며 나풀거리던 코스모스 속으로
우리 우정(友情) 닮은 가을햇살이 천진스레 너무 고와
그 동안 차마 돌아간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이제 한잎 두잎 손사래를 치며
슬쩍 손에 잡히는 겨울 속으로
시린 내 가슴을 살며시 밀어넣는 역심(易心)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친구를 뒤로 하고
나 어쩔 수 없는 학문의 길로 다시 접어들지만
나 당신을 살리려고 하는 마음은
님의 핏빛처럼 터져 나오는 내 간절한 울음 속에
당신의 폐암 덩어리를 내 것으로 잉태하려 하오.
천 금호 내 정녕 사랑하는 내 친구야
나 이제 떠나면 3년이란 시간을 만날 수 없겠지만
부디 용기를 가지고 폐암과 싸워 꼭 승리 하소서.
원래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거늘
내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 하여
내 부질없는 욕심(慾心)에 내 마음이 너무도 부끄러워
이제 가야할 때를 일깨워 주는 가을 귀환(歸還)이
빈 가지 사이로 나를 데리러 이만큼 마중 나와 있구료.
가야지요 이제는 가야지요
이러다 붙잡는 님 많아
또 가지 못하면
꽃망울이 불꽃처럼 터져나오는
화려한 신록의 날엔
어쩌면 조금은 더 서글퍼 질테고
더운날은 너무 더워 추운날은 너무 추워
배웅해 주는 마음 너무 얇아져 섭섭하다 여길 수 있어
그마나 손에 잡히는 한 줌 바람이라도 있으니
가파른 기도처를 오르는 가슴앓이 생채기가 조금도 외롭지가 않구려.
저 건너 건너 돌고 돌아가는 이 계절에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한 우정(友情)으로
난우(蘭友)의 마음을 일깨워 준 일섭님의 애틋한 정(情)을
나의 애끓는 심정(心情)으로 나 당신의 마음을 함께 가져 가려하오.
친구라는 님들이시여
이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나를
친구라는 당신의 이름으로 부디 용서하여 주시구료.
동해에서 흥덕 도사 김대식 드림.
P.S
내가 역(易)의 세계로 들어온 후
천 금호의 친구 회생(回生)을 위해
내 혼신(渾身)의 힘을 다해 기도 했지만
그는 숨을 거두는 그이 마지막 무렵
그래도 대시기 니 밖에 없다. 라는 말을 뒤로 한채
붉디 붉은 선홍빛 낙엽같은 토혈을 쏟아 내며
경찰관의 삶을 마무리하고 우리의 곁을 떠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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