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오늘도
산 그림자는
어김없이 어둠을 따라 나를 감싼다.
희미한 달빛에
비치는 내 그림자
불어오는 갈바람에 휘청거리고
어디선가 소리없이
다가오는 나목(裸木)의 힘겨운 숨소리가
나의 마음에 아픔의 무게를 더한다.
오늘 하루도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 한자락을
슬픈 눈빛과 애절한 목마름으로 다 태우고
힘없이 주저앉는 이내 몸둥이를
실낱같은 그리움이 미쳐 떨쳐 내지 못하고
난 아무도 없는
산길 어둠을 따라
한 여자의 품에서 오늘 하루를 또 살았다.
산은
어둠을 따라
떨어지는 단풍잎 드러누이고
오늘도 나는 내 한몸 살고자
서걱이는 낙엽을 밟고 안간힘을 다하는 저녁.
잠시
고뇌에 젖은
눈물젖은 내 눈망울이
갑자기 불어오는 비바람을 맞는다.
비에 젖은 들녁엔
아직도 농부님의
마지막 가을 걷이가 남아있고
난 무거운 많은 마음들을
차마 내려 놓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쩔수 없이
내려가야 하는
산길 어둠을 따라
비바람에 휘청거리는
나를 닮은 그림자는 내일의
해맑은 햇살을 그리워하며
너와 내가 함께했던 20년의 시간을
이제 내가 다녀야 할 초록봉에 내려놓고
너와 함께했던 추억을 묻는다.
나는 다시
산길 어둠을 따라
왔던길을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오늘 같이 살아왔던 그 여자의 품으로 향한다.
2000년 경진년 동해 초록봉 가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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